연금경제

사무직 퇴직자의 세 갈래 길

재취업·개업·자격증으로 향하는 사무직 퇴직자들 20~30년 쌓은 경험 버리고 ‘낯선 길’ 택하는 이유

문유정 기자

▶필자 소개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퇴직자 또는 퇴직을 앞둔 사람에게 “뭘 하고 싶으냐?”가 아니라 “뭘 가장 오래 해왔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사무직 퇴직자 대부분이 정작 그 질문과는 무관한 길로 들어선다고 지적하며, 이번 칼럼에서 그 이유를 짚어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50세 전후로 퇴직한 사람이 향하는 두 번째 커리어는 대개 ▲단순 재취업 ▲개업(창업) ▲기술 배우기 또는 자격증 취득, 이 세 갈래 중 하나로 나뉩니다. 그러나 이 셋 모두 인생 2막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먼저 단순 재취업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의 「2019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는 평균 14개 직장에 지원해 4곳에서 면접을 보았습니다. 어렵게 재취업하더라도 근속 기간이 2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67.1%였고, 임금은 전 직장의 50% 미만이라는 응답이 26.4%로 가장 많았습니다.

퇴직 전과 같은 대우를 받는 안정적인 재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이가 들어 퇴직한 이들에게 누가 높은 급여를 주며 다시 채용하겠습니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매년 수많은 퇴직자가 새로 시니어 구직시장에 뛰어듭니다. 1960년대생만 770만 명에 달하고, 그 뒤를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70년대생이 잇고 있습니다. 현재 5060세대 인구는 대략 1,700만 명에 이릅니다. 매년 60~70만 명이 새로 퇴직자 대열에 합류하지만, 중장년 일자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정부 주도의 ‘용돈벌이형’ 일자리가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어디든 재취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그마저도 잘해야 65세까지가 한계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채용 관행이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50대 초·중반에 퇴직해 전 직장 월급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2년씩 직장을 전전하다가, 10년 뒤에는 어디에도 취업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사무직 퇴직자의 궁극적인 대안일 수는 없습니다. 인생 100세 시대인 지금은 최소 80대까지 일해야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길인 개업(창업)은 재취업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우리는 퇴직 후 카페나 치킨집을 여는 것을 흔히 ‘창업’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개업’에 가깝습니다. 예전 가게 문에 붙어 있던 ‘신장개업’이라는 글씨 그대로, 새로 장사를 시작한다는 뜻일 뿐입니다.

이러한 개업은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재취업에 실패해 떠밀리듯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20~30년 동안 월급을 받으며 사무직으로 일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카페나 치킨집을 열어 성공하기란 극히 드문 일입니다. 가게를 유지하기만 해도 다행인 수준이며, 통계상 개업 후 5년 내 생존 확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세 번째 길인 자격증이나 기술은 어떨까요? 사무직 퇴직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인중개사를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10월 기준 자격증 보유자 약 55만 명 가운데 실제 개업 공인중개사로 활동 중인 사람은 11만 명에 불과합니다. 힘들게 자격증을 따고도 5명 중 4명은 ‘장롱 자격증’으로 남겨둔다는 뜻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시기에는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도 속출합니다. 이는 사무직 출신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격증조차 인생 2막의 확실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다른 기술을 배우는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경력’이 없어 일손을 구하는 곳을 찾기 어렵고, 설령 자리를 구하더라도 사무직 출신의 ‘초보 기술자’가 20~30년 경력의 베테랑과 경쟁해 살아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늘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30년 넘게 운전대를 잡은 사람처럼 능숙하게 차를 몰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 셋 가운데 자격증을 따서 기술자로 사는 것이 사무직 퇴직자의 ‘가장 좋은 두 번째 커리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오히려 필자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2025년 연말,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4060세대 남성들까지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역시 주인공이 퇴직 후 세차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습니다. 그마저도 카센터를 운영하는 형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사무직 퇴직자는 20~30년간 쌓아온 업무 경험과 지식을 몽땅 내려놓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관계없는 ‘기술’을 새로 배워야 할까요? 기술이나 자격증이 인생 2모작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모두 그 길로만 향하는 것일까요?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동안 직장에서 일하며 얻은 경험과 지식이 퇴직과 동시에 몽땅 버려야 할 만큼 정말 쓸모없는 것일까요?

그 답은 이미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재취업, 개업, 자격증 취득이라는 세 갈래 길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지금까지 가장 오래 해온 일을 버리고 경험 없는 낯선 길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인생 2막은 새로운 것을 찾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쌓여 있는 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다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네 번째 칼럼으로 미루고, 그에 앞서 세 번째 칼럼에서는 사무직이 기술직으로 변신하기 전에 꼭 짚어봐야 할 7가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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