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내 퇴직연금 어디 있나…영국은 ‘잠자는 연금’ 54조원 찾기 나섰다

영국 330만개 연금 찾는 대시보드 구축 막바지…한국도 미청구 퇴직연금 1309억원

문유정 기자

영국에서는 직장을 여러 번 옮기다 보면 과거 직장에서 쌓은 연금이 어디에 있는지 놓치는 일이 생깁니다. 이렇게 주인과의 연결이 끊긴 이른바 ‘잃어버린 연금(lost pensions)’은 311억파운드(약 54조원)에 달하며, 그 수는 약 330만 개로 추산됩니다. 시간이 지나 가입자가 과거 연금을 잊거나 주소 변경 등으로 연금사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가 쌓인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구조는 영국과 다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회사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자가 찾아가지 않은 미청구 퇴직연금이 2025년 9월 말 기준 1,309억 원에 이릅니다. 발생 원인은 다르지만, 자신이 보유한 연금이 어디에서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330만개 연금 잃어버린 영국…이직할 때마다 연금도 늘어 

영국 연금정책연구소(Pensions Policy Institute·PPI)가 2024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연금사업자가 가입자와 연락할 수 없게 된 이른바 ‘잃어버린 연금’은 약 330만 개, 해당 자산은 311억파운드로 추산됐습니다. PPI의 세부 통계표를 보면 55~75세 연령대의 잃어버린 연금은 평균 1만3620파운드로, 다른 연령대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영국의 ‘잃어버린 연금’ 계좌 수 및 자산 규모 추이 | 출처: Pensions Policy Institute(PPI), 「Lost Pensions 2024」
영국의 ‘잃어버린 연금’ 계좌 수 및 자산 규모 추이 | 출처: Pensions Policy Institute(PPI), 「Lost Pensions 2024」

이처럼 잃어버린 연금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여러 직장을 거치며 직장별로 연금이 쌓이는 영국의 제도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근로자가 노동생애 동안 평균 11개의 직장을 거치면서 여러 연금을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은퇴 전문업체 ‘WEALTH at work’가 2026년 영국의 확정기여형(DC) 연금 가입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62%가 2개 이상의 연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5%는 자신이 정확히 몇 개의 연금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10월 말 연결 시한…‘연금 대시보드’ 구축 막바지

영국은 이처럼 흩어진 연금을 한곳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펜션 대시보드(Pensions Dashboards)’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공적연금인 스테이트 펜션(State Pension)을 비롯해 다양한 연금제도와 사업자에 분산된 정보를 온라인에서 한눈에 확인하고, 잊거나 연락이 끊긴 연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적입니다.

연금 대시보드 프로그램(Pensions Dashboards Programme)이 올해 7월 공개한 진행 상황에 따르면, 대시보드 적용 대상 연금 기록의 약 85%가 대시보드를 통해 이용 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스테이트 펜션 정보도 대시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습니다.

대시보드 적용 대상 연금제도와 사업자의 법정 연결 시한은 오는 10월 31일입니다. 다만 시스템 연결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곧바로 일반 국민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머니헬퍼 펜션 대시보드(MoneyHelper Pensions Dashboard)는 현재 2단계 이용자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일반 공개는 현재 계획상 2027/28 회계연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미청구 퇴직연금’은 다르다…1309억원 남아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영국처럼 이직 과정에서 잊혀진 퇴직연금이 쌓이고 있을까요? 국내에서 집계하는 ‘미청구 퇴직연금’은 영국의 ‘잃어버린 연금’과 성격과 발생 원인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여러 직장을 거치며 생긴 연금이 곳곳에 남아 있다가 가입자와 연금사업자의 연락이 끊기는 것이 주요 문제라면, 국내에서는 주로 회사의 폐업·도산 등으로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아야 할 퇴직연금을 수령하지 못한 경우를 미청구 퇴직연금으로 집계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미청구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30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 근로자는 7만5,366명이며, 1인당 평균 금액은 약 174만 원입니다.

국내 미청구 퇴직연금 적립금 및 근로자 수 추이 | 출처: 금융감독원
국내 미청구 퇴직연금 적립금 및 근로자 수 추이 | 출처: 금융감독원

미청구 퇴직연금은 2023년 말 1,106억 원에서 2024년 말 1,287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 9월 말에는 1,309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업권별로는 은행에 보관된 금액이 1,281억 원으로 전체의 97.9%를 차지했고, 보험사 19억 원, 증권사 9억 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가입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이 도산하거나 폐업하거나, 회사의 지급 지시가 없더라도 가입 금융회사에 직접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찾아가지 못하는 사례 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퇴직연금은 사업장 밖의 금융회사에 적립·관리되기 때문에 회사가 폐업했다고 해서 이미 적립된 퇴직연금이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사가 지급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근로자가 가입 사실이나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금융회사에 적립금이 남을 수 있습니다.

 

내 퇴직연금 어디에 있나…두 곳에서 확인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금융회사에 남아 있는 퇴직연금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자신의 퇴직연금 현황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서는 퇴직연금 적립 현황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별로 적립금을 운용·관리하는 금융회사명과 연금 상품명, 적립 금액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근무했던 회사가 폐업하는 등의 이유로 수령하지 못한 퇴직연금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Accountinfo)’를 이용하면 됩니다. 어카운트인포의 ‘미청구 퇴직연금 조회’에서는 폐업 등으로 찾아가지 못해 현재 금융회사에서 관리되고 있는 미청구 퇴직연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청구 퇴직연금이 확인됐다면 해당 금융회사에 연락해 필요한 서류와 수령 절차를 안내받아 청구하면 됩니다.

영국과 한국에서 찾아가지 못한 연금이 발생하는 구조와 범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자신이 보유한 연금이 어디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 근무했던 회사가 폐업했거나 퇴직연금 가입·수령 여부가 불분명하다면 통합연금포털과 어카운트인포를 통해 자신의 퇴직연금 현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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