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연금경제] 잠자는 퇴직연금을 깨워라…그런데 운용은 어떻게?

DC·IRP 가입자 절반이 수익률 2%대에 머문 이유와 디폴트옵션·TDF 활용법

홍태준 기자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퇴직연금은 운용을 어떻게 해야할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퇴직연금은 운용을 어떻게 해야할까?

동일한 금액을 20년간 적립해도 퇴직연금 수령액은 약 1억 5,728만 원 차이가 났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매년 1,000만 원씩 20년간 적립한 상황을 가정해 비교한 결과,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경우에는 약 4억 2,948만 원, 대부분을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한 경우에는 약 2억 7,220만 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퇴직연금의 경우 꾸준히 적립하는 것을 넘어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가 은퇴 후 노후자금을 좌우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025년 말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은 처음으로 500조 원을 넘어선 501.4조 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수익률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6.47%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DC·IRP 가입자의 49.6%는 2~4%의 수익률 구간에 머물렀으며, 수익률 상위 10%(19.5%)와 하위 10%(0.5%)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체 평균만 보고 내 퇴직연금도 잘 운용되고 있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직접 상품을 고르고 관리하기 어렵다면 ‘디폴트옵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DC·IRP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지정해 둔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디폴트옵션을 지정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2025년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5.4%는 정기예금 또는 원리금보장보험으로만 구성된 원리금보장형(안정형)에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맞는 투자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9.5% vs 0.5%, 운용 방식이 가른 퇴직연금 수익률

2025년 분석 대상 DC·IRP 계좌 가운데 수익률 상위 10%는 적립금의 84%를 펀드·ETF와 회사채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했습니다. 그 결과, 적립금 증가액의 67%가 추가 납입액이 아닌 운용수익에서 발생했습니다.

반면 하위 10%는 적립금의 74%를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어두었습니다. 적립금 증가액 가운데 운용수익이 차지한 비중은 23%에 그쳤고, 나머지 77%는 추가 납입액이었습니다.

2025년 DC·IRP 수익률 상·하위 10%의 자산 구성과 적립금 증가 원천 비교 | 계좌 유지기간이 1년 이상이고 2025년 말 적립금이 900만 원 이상인 DC·IRP 계좌 중 수익률 상·하위 1~10%의 평균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2025년 DC·IRP 수익률 상·하위 10%의 자산 구성과 적립금 증가 원천 비교 | 계좌 유지기간이 1년 이상이고 2025년 말 적립금이 900만 원 이상인 DC·IRP 계좌 중 수익률 상·하위 1~10%의 평균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즉, 자산 운용에 관심을 두고 실적배당형 비중을 높였느냐가 수익률의 성패를 갈랐습니다.

다만 이러한 단기 수익률은 한 해의 운용 결과이므로, 최근 성과만 보고 운용 방식을 결정하기보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투자 성향에 맞게 자산을 배분해야 합니다.

 

1억 5,728만 원, 20년 복리가 만든 격차

매년 1,000만 원씩 20년 동안 총 2억 원을 납입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살펴보면, 운용 방식에 따른 복리 효과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2006년부터 2025년까지의 실제 연기금 및 퇴직연금 수익률을 적용한 분석에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포트폴리오(A)의 20년 후 적립금은 4억 2,948만 원이었습니다. 반면 원리금보장형 중심 포트폴리오(B)는 2억 7,220만 원에 그쳤습니다.

매년 1,000만 원씩 20년간 납입했을 때 적극 자산배분과 원리금보장형 중심 운용의 적립금 비교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매년 1,000만 원씩 20년간 납입했을 때 적극 자산배분과 원리금보장형 중심 운용의 적립금 비교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두 포트폴리오의 적립금 차이는 약 1억 5,728만 원으로, 적극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적립금 규모는 원리금보장형 중심 포트폴리오의 약 1.6배에 달했습니다. 다만 이는 과거 수익률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이므로, 향후 동일한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85.4%, 안정형 쏠림이 낮춘 디폴트옵션 수익률

2025년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3조 원, 지정가입자 수는 734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적립금의 85.4%가 은행의 정기예금과 보험사의 원리금보장보험 상품으로만 구성된 안정형에 집중되면서, 적립금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디폴트옵션 전체 평균 수익률은 3.69%에 그쳤습니다.

2025년 디폴트옵션 투자유형별 현황​​​​​​​ | 전체 수익률은 투자유형별 연간수익률을 적립금의 가중평균 수익률 산출
2025년 디폴트옵션 투자유형별 현황 | 전체 수익률은 투자유형별 연간수익률을 적립금의 가중평균 수익률 산출

중립투자형과 적극투자형은 2025년 각각 10.81%, 14.93%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커집니다. 따라서 최근 수익률만 보고 투자유형을 선택하기보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투자 목적,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디폴트옵션은 한 번 지정했다고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지 않은 적립금을 가입자 의사에 따라 바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하는 것을 ‘옵트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디폴트옵션 운용 중에도 언제든 원하는 다른 상품으로 직접 운용지시할 수 있는 것을 ‘옵트아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지정된 투자유형과 구성상품을 확인한 뒤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자산 비중을 조정하기 어렵다면 디폴트옵션의 구성상품으로도 활용되는 TDF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TDF는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2025년 TDF 연간 수익률은 13.7%였지만, 이는 한 해의 성과이며 TDF도 실적배당형 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목표 은퇴연도뿐만 아니라 자산 구성과 수수료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퇴직연금 점검의 첫걸음, ‘통합연금포털’ 활용하기

퇴직연금 운용을 점검하려면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포털 내 ‘내 연금조회·재무설계’ 코너에서는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 개인연금까지 본인이 가입한 전체 연금의 예상 수령액을 한눈에 확인하고,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자금 목표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퇴직연금 비교공시’ 코너를 통해 투자상품의 과거 수익률(1~10년)과 위험도, 그리고 퇴직연금사업자별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하는 자산인 만큼 과거 수익률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위험도와 수수료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연금상품 비교공시와 내 연금조회·재무설계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화면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연금상품 비교공시와 내 연금조회·재무설계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화면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은 가입한 뒤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 관리가 끝나는 제도가 아닙니다. 특히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가입자가 어떤 상품을 선택하고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은퇴 시점의 수령액이 달라집니다.

먼저 자신의 퇴직연금이 예금과 대기성 자금, 혹은 펀드·ETF 등 어떤 상품에 배분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투자 성향에 따라 디폴트옵션과 TDF 등 자신에게 맞는 운용 방법을 비교하고, 최소 연 1회 정도 수익률과 자산 구성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상품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후 계획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장기간 꾸준히 관리하는 것입니다.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하는 첫걸음은 지금 내 연금이 어디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홍태준 기자askhongp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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