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부모에게 물려받은 주택연금, 자식도 이어받을 수 있다

세대이음 주택연금을 아시나요?

문유정 기자

 

▶필자 소개

우리 사회는 지금 빠르게 '상속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속을 받는 자녀 세대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지며,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날 무렵 자녀들 역시 50~60대를 넘어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상속은 젊은 세대를 위한 자산 대물림을 넘어, 또 다른 노후를 준비해야 할 고령층 사이에서 자산이 이전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부모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노후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상속세와 취득세 같은 세금 부담은 물론, 주택 유지비와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하기 쉽습니다. 현금 흐름은 원활하지 않은데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이른바 '자산가형 빈곤(House Poor)'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6월 도입된 '세대이음주택연금'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부모가 주택연금을 이용하다 사망할 경우, 상속인이 같은 집에서 주택연금을 이어받으려면 부모가 수령한 연금 원리금 전액을 즉시 상환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가 남긴 채무가 수억 원대에 이를 경우, 상속인은 거액의 목돈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집을 처분하거나 연금 가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했습니다.

새로운 제도는 이러한 절차를 유연하게 개선했습니다. 자녀가 먼저 해당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수령하는 개별인출금을 활용해 부모의 기존 채무를 즉시 상환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입니다. 또한, 개별인출 한도를 기존 대출한도의 50%에서 최대 90%까지 대폭 확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속인이 큰돈을 미리 마련해야 했던 진입 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셈입니다.

이번 제도 변화는 단순한 절차 개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주택연금이 단순히 '집 한 채로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이었다면, 세대이음주택연금은 '한 채의 집이 두 세대의 노후를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로 진화했습니다. 생전에는 부모가 거주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사후에는 자녀가 동일한 주택을 통해 다시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하나의 주택은 세대를 관통하며 지속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핵심 자산으로 새롭게 탈바꿈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적 현실과도 깊게 맞닿아 있습니다. 기대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은퇴 후의 삶은 30년 이상으로 길어졌습니다. 부모가 90세까지 생존할 경우 자녀 역시 이미 60~70대에 접어들게 되며, 앞으로는 '고령 부모'와 '고령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풍경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상속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상속이 자산이라는 '결과물'을 물려주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그 자산이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함께 대물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부동산의 소유권 그 자체보다, 그 부동산이 평생에 걸쳐 만들어내는 소득이 실질적인 노후의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물론 '세대이음주택연금'이 상속과 관련된 모든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상속 주택의 가격 요건이나 가입 기준, 그리고 공동 상속인 간의 이해관계 조정 등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제도는 우리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소유 중심에서 '활용과 가치' 중심으로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제 은퇴 설계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국민연금이라는 기존의 틀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주택연금 또한 노후 소득의 핵심적인 한 축으로서 그 비중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세대이음주택연금'의 등장은 주택의 개념을 단순한 '상속재산'에서 '세대를 이어주는 연금자산'으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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