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연금의 황금비율, 왜'연금저축'이 먼저인가

IRP 아닌 연금저축을 중심으로 활용하라 900만 원 한도 활용의 기술, 유동성과 투자 자유를 동시에 잡는 전략

문유정 기자

 

▶필자 소개

연말정산을 앞두고 직장인 김 과장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금융회사로부터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900만 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900만 원을 일시에 납입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틀린 정보가 아니나, 더 전략적인 대안이 존재합니다. 바로 연금저축에 600만 원, IRP에 300만 원을 배분하여 납입하는 방식입니다. 

두 계좌의 세액공제 혜택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자금의 인출이나 투자 자산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에 두 계좌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절세 효과만을 고려하여 IRP에 자금을 집중할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제약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세액공제 혜택과 한도 이해하기

현재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600만 원이며, IRP를 포함한 퇴직연금계좌와 합산 시 최대 900만 원까지 확대됩니다.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하여 납입액의 16.5%를, 이를 초과할 경우 13.2%를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총 급여 5,000만 원인 직장인이 연금저축 600만 원과 IRP 300만 원을 납입하면 최대 148만 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일반 계좌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혜택입니다. 총 급여가 7,000만 원인 경우에도 최대 118만 8,000원의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단기간의 고민으로 도출할 수 있는 수익으로는 매우 유의미한 규모입니다. 

문제는 어느 계좌를 먼저 채울 것인가입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세제상 동일한 범주에 속하지만, 그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왜 '연금저축'을 우선해야 하는가

첫째, 연금저축은 자금의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도 부분 인출이 가능합니다. 특히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 원금은 과세 없이 인출할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이나 운용수익을 연금 외의 방식으로 인출할 경우 기타소득세가 발생하지만, 급전이 필요할 때 계좌 전체를 해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커다란 강점입니다.

예를 들어 45세 이 대리가 연금계좌에 5,000만 원을 적립한 상태에서 자녀의 대학 등록금 2,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연금저축이라면 자금의 출처와 세금 문제를 검토하여 일부 인출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면 IRP는 법령이 정한 사유(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부담, 장기 요양 등)가 충족되지 않으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합니다. 등록금, 창업 자금, 자동차 구입비 등은 일반적인 중도 인출 사유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IRP가 노후자금을 보관하는 '금고'라면, 연금저축은 상황에 따라 개폐가 가능한 '서랍'과 같습니다. 노후 대비가 중요하나, 모든 자산을 금고에만 묶어둘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투자 운용의 자유도에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IRP는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주식형 펀드나 위험등급이 높은 ETF 등의 투자 비중을 전체 적립금의 70%로 제한합니다. 나머지 30%는 예금, 채권형 상품, 적격 TDF 등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반면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는 이러한 계좌 차원의 위험자산 70% 제한 규정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장기 투자자가 주식형 ETF 비중을 80~100%까지 운용하고자 한다면 연금저축이 훨씬 유리합니다.

30세 직장인이 2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할 때 IRP에 전액을 납입하면 자산 배분의 상당 부분이 규제에 의해 결정됩니다. 젊은 투자자에게는 수수료의 차이보다 이러한 운용의 자율성이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셋째, 계좌 관리의 편의성 측면에서도 연금저축이 우위에 있습니다. 연금저축펀드는 ETF와 공모 펀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 매우 용이합니다. 반면 IRP는 선택 가능한 상품군이 넓으나, 위험자산 한도 및 상품별 매매 가능 여부 등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선택지가 많다고 반드시 최적의 효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적 배분 및 추가 납입 가이드

세액공제를 위한 최선의 순서는 명확합니다. 연금저축에 연간 600만 원을 먼저 납입하고, 이후 IRP에 300만 원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매월 일정액을 납입한다면 연금저축 50만 원, IRP 25만 원으로 자동이체를 설정하여 연말의 재무적 부담을 분산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유 자금이 추가로 있다면 연금저축을 우선 고려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 900만 원을 초과한 납입액에 대해서는 당장 세액공제 혜택이 없으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연금 수령 시점까지 이연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재투자할수록 과세이연에 따른 복리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예를 들어 연간 1,800만 원을 연금 자산으로 적립한다면, 연금저축 1,500만 원과 IRP 300만 원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이 중 900만 원은 세액공제를 받고, 나머지 900만 원은 과세이연과 장기 복리 효과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추가 납입분까지 IRP에 넣어 스스로 유동성과 투자 자유를 제한할 이유는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억해야 할 예외사항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려 계좌를 자주 해지하는 분들에게는 IRP의 강제성이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운용하거나 퇴직금을 관리하는 목적이라면 IRP가 지닌 고유한 기능이 훨씬 적합할 것입니다. 다만 납입에 앞서 본인의 결정세액을 먼저 확인하여 세액공제 실익을 따져보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과세 대상 소득이 적은 경우에는 900만 원을 모두 납입하더라도 기대만큼의 환급을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배분을 통해 노후 자산 운용의 효율을 한층 더 높여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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