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연금저축계좌, 세금 없이 자산 기틀 마련해주기
증여세·비과세 한도와 장기 투자를 활용해 자녀에게 ‘돈과 시간을 다루는 힘’을 선물하는 방법
▶필자 소개
‘내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무엇일까?’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 답은 재산의 액수보다 아이가 스스로 자산을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것을 넘어 세금을 아끼고, 시간이라는 자산까지 함께 물려줄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그 방법으로 ‘자녀 명의 연금저축계좌’와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결합한 절세 플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의 유명 부자들이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것도 돈 자체보다 돈을 다루는 경험이었습니다.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 록펠러 가문의 자녀 교육에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돈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자녀가 관심을 가진 제품과 기업을 투자 공부에 활용했고, 록펠러 가문은 용돈을 개인 용도와 저축, 기부로 나누어 관리하게 하며 절제와 책임감을 가르쳤습니다. 핵심은 자산을 모두 키운 뒤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일찍 물려주고 아이와 함께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기에 적합한 그릇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연금저축계좌입니다.
연금저축은 흔히 은퇴를 준비하는 장년층이나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직장인의 전유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연령과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어 어린 자녀의 장기 자산 형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절세·투자 계좌입니다.
자녀 명의 연금저축계좌가 가진 세 가지 장점
자녀 명의로 연금저축계좌를 만들어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과세이연에 따른 복리 효과입니다. 일반 증권계좌에서 ETF나 펀드로 이익이 발생하면 15.4%의 배당소득세가 즉시 원천징수됩니다. 반면 연금저축계좌에서는 세금을 당장 납부하지 않고 미래로 미루는 과세이연이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세금으로 납부할 금액까지 계좌에 남아 재투자되므로, 10년 또는 20년이 지나면 일반 계좌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복리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둘째, 원금을 중도에 유연하게 인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금계좌라고 하면 55세까지 돈이 묶인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납입하면서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순수 원금은 55세 이전이라도 세금이나 페널티 없이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성장한 뒤 등록금이나 결혼자금, 첫 주택 마련 자금이 필요할 때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도 필요한 원금만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셋째,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세액공제 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취업해 소득이 생기면 과거 부모가 납입했지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이월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 전환특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자녀는 별도의 자금을 납입하지 않고도 매년 최대 600만 원의 한도 내에서 13.2~16.5%, 최대 99만 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선물이 성인이 된 자녀의 절세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증여세·비과세 한도와 신고 시 유의할 점
자녀 계좌에 돈을 넣을 때 반드시 짚어봐야 할 것이 증여세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녀에 대한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미성년 자녀의 경우 10년간 합산해 2,000만 원, 성년 자녀의 경우 10년간 합산해 5,000만 원까지입니다. 즉, 출생 직후 2,000만 원, 10세에 2,000만 원, 성년이 되는 20세에 5,000만 원, 30세에 5,000만 원을 증여하면 30세까지 총 1억 4,000만 원을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모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00만 원 이하라 세금이 0원이니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신고 없이 넣어둔 원금 2,000만 원이 20년 뒤 운용수익을 더해 6,000만 원이 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자녀가 이 돈을 인출할 때 증여 사실을 입증할 신고 자료가 없다면, 국세청이 인출 시점의 전액인 6,000만 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 10만 원을 증여하더라도 입금 직후 홈택스에서 비과세 증여 신고를 마쳐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넣어줄 계획이라면 유기정기금 증여신고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 한 번만 약정 내용을 신고하면 매달 반복해서 신고할 필요가 없으며, 세법상 3%의 할인율이 적용돼 실제 납입 원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평가되므로 비과세 한도를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계좌 개설과 증여 신고까지 마쳤다면 이제 계좌에 어떤 상품을 담을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린 자녀의 연금저축계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므로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추가로 담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어린 자녀 계좌만의 장점입니다. 전 세계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자산배분펀드, S&P500·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해외 ETF 등이 대표적인 투자 후보입니다. 특정 종목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으로 우상향해온 지수나 여러 자산을 아우르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자녀 계좌의 성격에 더 적합합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 자체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과정입니다. “네 이름으로 된 계좌가 있고, 네가 좋아하는 회사들에 네 돈이 투자돼 함께 자라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모바일 앱 화면을 통해 자산이 불어나는 과정을 함께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이자 주주로서의 정체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용돈을 받으면 저축과 투자에 사용할 금액을 먼저 떼어놓고 남은 돈을 쓰는 습관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습관은 큰 목돈이 아니라 이와 같은 작은 반복에서 시작됩니다.
절세와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뛰어난 정보력이나 큰 자본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10년 먼저 시작한 계좌와 그렇지 않은 계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크게 벌어집니다.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준비해 모바일 앱으로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하는 데에는 단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이 짧은 실행은 먼 훗날 자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결혼과 내 집 마련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자산 형성을 뒷받침합니다.
아이가 훗날 성장해 이 계좌를 열어봤을 때 발견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아이의 삶을 미리 준비해온 부모의 마음이자,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물려준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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