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수익률’의 유혹…노후자금을 운용한다면 알아야 할 단일종목 레버리지
장기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는 왜 신중해야 할까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 증권계좌에서는 이러한 상품을 매수할 수 있고, 손실이 커질 경우 연금계좌 밖 자산을 포함한 전체 노후자금 운용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금 투자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자산은 장기간 운용하는 자금이지만,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따라서 높은 수익 가능성뿐 아니라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와 장기 보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혹시 ‘음의 복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 때 전날의 손익이 반영된 투자금을 기준으로 다음 날 손익이 계산되면서, 누적수익률이 점차 깎일 수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여서, 레버리지에 따른 손실 확대 가능성과 개별 기업 고유의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도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기·분산 운용을 기본으로 하는 연금 투자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최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자 정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출시된 단일종목 ETF 16개의 합산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4천억 원에서 7월 15일 11조9천억 원으로 약 2.7배 증가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7월 16일 신규 상장 잠정 중단과 광고·이벤트성 마케팅 금지, 괴리율 관리·기본예탁금·사전교육 강화 등의 보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 ETF처럼 거래하는데, 분산투자가 아니다?
일반적인 주가지수형 ETF는 여러 기업의 주식을 한 상품에 담아 특정 시장이나 산업의 움직임을 추종합니다. 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다른 기업의 주가가 이를 일부 보완할 수 있어,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단일종목 기반 상품은 ETF·ETN 형태로 상장돼 거래되지만, 하나의 기업만을 기초자산으로 삼기 때문에 투자 성과가 해당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됩니다.
기업의 실적 발표와 투자 계획, 산업 환경 변화 등 해당 기업과 관련된 뉴스에 상품 가격이 크게 반응할 수 있으며, 레버리지 구조가 결합되면 손익의 변동 폭은 더욱 커집니다. 예를 들어 비용, 괴리율, 추적오차 등의 영향을 제외하면, 기초주식이 하루 10% 상승할 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상 약 20% 상승합니다. 반대로 기초주식이 10% 하락하면 손실도 약 20%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일반 ETF와의 혼동을 줄이기 위해 단일종목 ETF의 상품명에는 ‘ETF’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단일종목 상품임을 별도로 표시할 예정입니다. 투자자는 상품명에 익숙한 기업명이 들어가 있거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분산투자형 ETF와 같은 상품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 횡보장에서도 손실이 쌓이는 레버리지 구조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투자기간 전체 수익률을 단순히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2배 레버리지 상품은 매 거래일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운용됩니다.
다음 거래일에는 처음 투자한 금액이 아니라 전날의 손익이 반영된 금액에 하루 수익률의 배수가 다시 적용되는데, 이를 흔히 일일 정산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여러 날 보유하면 레버리지 상품의 누적수익률은 기초자산의 누적수익률을 정확히 2배로 반영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수수료와 보수, 세금, 추적오차를 제외하고 기초자산이 25% 상승한 뒤 20% 하락하는 움직임을 두 차례 반복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초자산은 최종적으로 처음과 같은 100으로 돌아오지만, 하루 수익률의 2배가 적용되는 상품의 투자금은 81로 줄어듭니다.
이처럼 기초자산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도 레버리지 상품에는 손실이 남습니다. 매일 달라진 투자금을 기준으로 확대된 상승률과 하락률이 다시 적용되면서 수익률이 점차 깎이는 현상을 흔히 ‘음의 복리 효과’ 또는 ‘변동성 잠식’이라고 합니다. 같은 최종 수익률이라면 변동 폭이 크고 등락이 자주 반복될수록 수익률 잠식도 커집니다.
또한 하락세가 이어지면 확대된 손실률이 반복 적용되면서 투자금은 기초자산보다 빠르게 줄어듭니다. 이후 기초자산이 반등하더라도 이미 감소한 투자금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계산되므로,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 폭도 더 커집니다.
다만 복리효과가 항상 손실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자산이 여러 거래일 동안 같은 방향으로 꾸준히 상승하면 일별 복리효과는 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레버리지 상품의 성과는 기초자산의 최종 등락률뿐 아니라, 투자기간 동안 얼마나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됐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 현금 3천만 원·교육 3시간, 높아지는 투자 문턱
정부가 보완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빠른 성장과 기초자산의 변동성 확대가 있습니다. 거래가 일부 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상황에서 주가 변동이 커질 경우 투자자 손실과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시장 과열을 완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투자 요건을 손질했습니다.
국내 또는 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매수하거나 추가 매수하려는 개인 일반투자자는 매수 시점마다 계좌에 현금 3천만 원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현금뿐 아니라 주식·채권·ETF(레버리지 ETF 제외) 등 대용증권 시가의 70%도 기본예탁금에 포함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대용증권이 제외되고 현금만 기본예탁금으로 인정됩니다.
주요 투자 요건의 변경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전교육에는 최근 시장 상황과 손실 사례를 반영한 과정이 추가되며, 중간평가 점수가 60점에 미달하면 해당 내용을 다시 학습해야 합니다. 중간평가 강화는 7월 중, 교육시간 확대는 8월 중 시행될 예정입니다.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상품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증권사 MTS 등을 통해 손실률과 중장기 보유 위험이 주기적으로 안내될 예정입니다.
◇ 투자 전 확인할 다섯 가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검토할 때는 높은 수익 가능성뿐 아니라 상품의 구조와 자신의 투자 목적이 맞는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 추종 대상이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시장지수인지 하나의 개별 기업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둘째, 상품에 표시된 배수가 투자 기간 전체의 누적수익률이 아니라 일일 수익률에 적용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셋째, 투자 기간과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따져봐야 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 상황과 보유 내역을 자주 점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적합합니다.
넷째, 투자금의 성격을 구분해야 합니다.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여유자금인지, 노후생활비나 주택 구입자금처럼 일정 시점에 사용해야 하는 목적자금인지에 따라 투자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연금처럼 장기간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자금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시장가격과 상품의 적정가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ETF의 기준가와 자산구성내역, 괴리율은 한국거래소와 해당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TN의 종가와 지표가치, 괴리율은 한국거래소에서, 상품별 세부 내용은 발행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상품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는 하나의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금자산이나 향후 생활비로 사용할 자금이라면 투자 판단이 틀리더라도 기존 재무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연금 투자자는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손실을 감내할 재무적 여력, 전체 노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높은 기대수익보다 투자 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특히 장기간 노후를 준비하는 연금 투자라면 단기 수익보다 안정적인 자산 관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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