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근로관계'
학교비정규직노조, 방학 중 비근로자 미지급 퇴직금 논쟁
▶ 필자 소개
퇴직금은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학교 비정규직 퇴직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단순 근무일수보다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됐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대구시교육청이 방학 중 비근무자의 퇴직금을 잘못 산정했다며 소송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은 바로 '방학 기간'에 있습니다. 학교 급식종사자와 돌봄전담사 등 상당수 교육공무직은 방학 동안 실제 업무를 하지 않고 임금도 지급받지 않지만, 방학이 끝나면 다시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대구교육청은 그동안 방학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에서 제외하여 퇴직금을 계산해 왔습니다. 반면 노동청은 최근 이러한 산정 방식 중 일부가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교육청도 시정지시에 응하여 올해부터는 제도를 변경해 방학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과거 기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퇴직금 산정의 핵심 기준이 단순한 '실제 근무한 시간'을 넘어 '근로계약이 실질적으로 지속된 기간'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제도의 핵심은 바로 '계속근로기간'에 있습니다.
계속근로기간은 단순히 실제 근무한 일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면, 비록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이 있더라도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육아휴직을 들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실제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퇴직금 산정 시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됩니다. 이처럼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업이나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일을 하지 못한 기간 역시 근로관계가 유지되었다면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번 방학 중 비근무자 사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노조는 방학 기간 중에도 4대 보험이 유지되고 학교장의 승인 없이 다른 직장에 취업할 수 없으며, 근로계약 또한 계속 유지된다는 점을 들어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교육청은 당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노사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법원이 앞으로 '근로관계의 지속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학교 현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임금피크제, 계절근로자, 순환휴직, 대기발령, 장기휴업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확산되면서 계속근로기간의 범위를 둘러싼 분쟁은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인사 관행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실제로 일하지 않은 기간을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실제 근무 여부보다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됐는지, 그리고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와 제약 아래 있었는지를 훨씬 더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저작권자 © 연금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