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퇴직연금, 로봇에게 맡기면 수익률이 오를까

IRP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방식과 가입 전 점검해야 할 수익률·위험·비용

홍태준 기자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운용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금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무엇을 담을지 정해야 하고, 시장 상황이나 자산 가격이 변하면 포트폴리오도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가입자는 계좌를 꾸준히 점검하고 시장 변화에 맞춰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입니다. 알고리즘이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가입자를 대신해 IRP 적립금에 대한 운용 지시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알아서 운용한다’는 설명만으로 가입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실제로 무엇을 대신하는지, 공개된 수익률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지, 이용 과정에서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추천을 넘어 실제 운용까지 맡긴다

기존 IRP에서의 로보어드바이저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더라도 실제 상품을 사고 교체하는 등의 운용 지시는 가입자가 직접 내려야 했습니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가입자가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면 알고리즘이 투자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가입자를 대신해 IRP 적립금에 대한 운용 지시를 내립니다. 이후 자산 비중이 목표에서 벗어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상품 매매를 지시해 비중을 다시 조정합니다.

서비스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의 운용심사와 시스템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알고리즘의 유효성과 시스템의 안정성·보안성 등을 확인합니다. 다만 테스트베드 통과는 자문·일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일 뿐, 높은 수익률이나 미래 운용성과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IRP 적립금 전부를 맡길 필요는 없다

현재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는 IRP 계좌를 대상으로 합니다. IRP 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마다 제휴 투자일임업자와 제공하는 운용 전략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임서비스 가입한도는 IRP 계좌당 서비스 이용 첫해 900만원입니다. 이후 매년 900만원씩 한도가 늘어나며, 사용하지 않은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됩니다. 이는 IRP 계좌 자체의 납입한도나 세액공제 한도가 아니라, 로보어드바이저 일임계약으로 맡길 수 있는 금액의 한도입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 이용 첫해 한도 900만원 가운데 500만원만 맡겼다면 사용하지 않은 400만원이 다음 해로 이월됩니다. 이에 따라 2년차에는 새로 추가되는 900만원과 이월된 400만원을 합해 최대 1,300만원까지 일임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여러 투자일임업자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에도 각 일임계약 금액을 모두 합산하여 가입한도를 적용합니다.

중요한 점은 IRP 적립금 전부를 로보어드바이저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계좌 안에서 일부 금액은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만 일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상품을 모두 매도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 일임 금액을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테스트베드 수익률, 숫자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

코스콤 테스트베드에서는 투자성향별 알고리즘의 기간·누적수익률과 표준편차, 샤프지수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적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알고리즘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같은 투자성향의 알고리즘끼리 성과를 비교해야 합니다. 안정추구형과 적극투자형은 감수하는 위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률만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운용기간도 비슷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누적수익률은 운용기간이 다르면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운용을 시작한 알고리즘은 특정 시장 상황에서의 성과만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익률과 위험지표도 함께 봐야 합니다. 표준편차가 클수록 수익률의 등락 폭이 컸다는 의미입니다. 샤프지수는 감수한 위험에 비해 어느 정도의 초과수익을 냈는지를 보여주지만, 측정 기간과 운용전략이 비슷한 알고리즘끼리 비교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테스트베드의 과거 수익률을 실제 가입자의 미래 수익률로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가입 시점과 선택한 투자성향, 납입·인출 시기 등에 따라 실제 수익률은 테스트베드 운용실적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콤도 공개된 운용실적은 다양한 위험요소를 모두 반영한 결과가 아니며, 미래 실적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기간별 수익률과 위험지표 비교 화면 | 자료: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연금경제 재구성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기간별 수익률과 위험지표 비교 화면 | 자료: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연금경제 재구성 

 

수수료는 일임보수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이용하면 투자일임보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임보수는 적립금에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정률 방식이나 운용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연동 방식으로 나뉘며, 적용 방식과 보수율은 투자일임업자마다 다릅니다.

성과연동 방식이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성과보수율뿐 아니라 성과 산정 기준과 기간, 계약 중도해지 시 정산 방식에 따라 실제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입자는 IRP 계좌의 운용관리·자산관리수수료 인하 여부와 투자일임보수,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펀드·ETF의 총보수·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화면에 제시된 일임보수율 하나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실제로 부담할 총비용이 얼마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 비용을 부담하고도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맡길 실익이 있는지가 가입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알고리즘은 내 노후 계획까지 알지 못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운용을 대신하지만 투자 목적까지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알고리즘은 가입자가 설문에 입력한 투자기간과 손실 감내 수준, 투자 경험 등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시합니다.

가입자가 실제보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답하거나 인출 시점과 투자기간을 실제와 다르게 입력하면 자신의 노후자금 계획과 맞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코스콤도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답변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운용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알고리즘이 투자자의 전체 재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특히 연금 수령을 앞둔 가입자는 최근 수익률보다 자금을 언제부터 얼마나 인출할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인출 시점이 가까운데 변동성이 높은 전략을 선택하면 시장 하락기에 생활비로 쓸 자산의 손실을 감수한 채 팔아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극투자형의 과거 수익률이 더 높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금 인출 시점과 남은 운용기간에 맞는 위험 수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운용보다 높은 수익을 낼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에서는 단기간의 성과만큼이나 계좌를 방치하지 않고 운용을 이어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IRP를 꾸준히 점검하고 자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면 굳이 일임 비용을 부담할 필요는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품 선택과 조정을 계속 미루며 계좌를 사실상 방치해왔다면, 정해진 원칙에 따라 운용을 이어가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입 여부는 어떤 알고리즘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는지보다 자신이 지금까지 IRP를 어떻게 관리해왔는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고르는 상품이 아니라, 혼자 지속하기 어려웠던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서비스로 보고 그 편익이 비용에 걸맞은지 판단해야 할 시점입니다.

 

 

홍태준 기자askhongp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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