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쓸 돈을 30년 국채에…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장기 국채의 역할과 위험, 개별채권·ETF 활용법
연금은 오늘 투자해 내일 쓰는 돈이 아니라, 오랜 기간 운용한 뒤 은퇴 이후 생활비로 나눠 쓰는 자금입니다. 따라서 연금 운용에서는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이 돈의 타임라인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 연금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는 자산 가운데 하나가 30년 만기 국고채입니다. 국채는 일반적으로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30년물처럼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변화에 따라 가격의 움직임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장기 국채의 특성을 이해하고, 내 노후자금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투자와 장기채 투자는 다르다
가까운 시기에 사용할 자금이라면 큰 가격 변동을 감수하기보다 현금성 자산이나 단기채 등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용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자금은 보다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금을 오래 운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만기가 긴 채권이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30년 국채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민감도가 높은 만큼, 자금을 언제 사용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때까지 어느 정도의 가격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따라서 투자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30년 국고채가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채인데 왜 이렇게 크게 흔들릴까
국채라고 해서 가격까지 항상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정금리 채권은 시장수익률(금리)이 오르면 기존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시장수익률이 내려가면 가격은 상승합니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합니다.
이때 확인해볼 수 있는 지표가 듀레이션입니다. 그중 수정듀레이션은 시장수익률이 변할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를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수정듀레이션이 18인 채권이라면,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하에 시장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약 18% 하락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반대로 시장수익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가격은 약 18% 상승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 수정듀레이션을 이용한 가격 변화율은 근사치이며, 실제 변동폭은 시장수익률의 변화 폭과 채권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30년 국채는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가격 변동 위험도 낮은 자산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장기 국채를 편입한다는 것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연금에서 장기채를 보는 이유
장기 국채를 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살펴보는 이유는 주식과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식은 기업 실적과 경기, 투자심리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 반면, 장기 국채는 경기와 물가, 통화정책 등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따라서 시장 상황에 따라 두 자산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고정금리 장기채의 가격은 상승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특히 듀레이션이 긴 30년물은 같은 폭으로 금리가 움직여도 단기·중기채보다 가격 변화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내려갈 때에는 가격 상승으로 수익에 기여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손실 폭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주식과 장기채가 항상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빠르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두 자산이 함께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채를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손실을 막아주는 방어자산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장기채의 역할은 주식이 하락할 때마다 손실을 막아주는 데 있다기보다, 성격이 다른 자산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포트폴리오가 특정 자산의 움직임에만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개별 국고채와 ETF, 같은 30년물이라도 다르다
개인 투자자가 30년 국채에 접근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개별 국고채를 직접 매수하거나 관련 ETF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같은 30년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두 방식의 구조는 다릅니다.
일반적인 이표채 형태의 개별 국고채는 만기와 이자 조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정된 이자와 액면금액을 받습니다. 다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매입가격은 액면금액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기까지 보유한다고 해서 처음 투자한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는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매입 시점의 만기수익률은 표면금리와 매입가격 등에 따라 달라지며, 만기 전에 매도할 경우에는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매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30년 국채 ETF는 개별채권처럼 투자자에게 정해진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이 아닙니다. ETF는 편입 채권을 교체하면서 장기 국채에 계속 투자하는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별 국고채는 ‘정해진 만기의 채권을 직접 보유하는 방식’, 일반적인 30년 국채 ETF는 ‘장기 국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라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ETF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장기 국고채를 직접 편입해 운용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국채선물 등을 활용해 듀레이션을 조절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일부 상품은 원금·이자 분리채권(STRIP)을 활용해 금리 민감도를 더 높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ETF를 고를 때는 ‘30년 국채’라는 상품명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편입 자산과 듀레이션, 운용 구조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계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은 계좌 유형과 금융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증권사 연금저축계좌에서는 국내 상장 채권 ETF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DC형 퇴직연금과 IRP는 금융회사별로 투자 가능 상품이 다르며, 일부 증권사는 개별채권 매매도 지원합니다. 따라서 투자 전 해당 계좌에서 실제 거래할 수 있는 상품과 종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30년 국채가 좋은가’가 아니라, 내 포트폴리오에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단순히 “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이제 채권을 사야 한다”거나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 같으니 30년물을 담아야 한다”고 접근한다면 장기적인 자산배분이라기보다 금리 방향에 베팅하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30년 국채의 향후 수익률을 예상하기보다, 노후자금을 언제 사용할지에 따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그다음 30년 국채를 편입했을 때 포트폴리오 전체 구성과 변동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결국 투자자 본인에게 있는 만큼, 서둘러 매수하기보다 자신의 노후자금 계획에 맞는 선택인지 충분히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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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장기 국고채를 활용한 자산배분 방법을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채권이나 ETF의 매수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채권 및 채권 ETF는 시장금리 변화 등에 따라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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