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부동산보다 강한 자산의 변수, '고용 안정성'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 2026 근로자 가구경제보고서'
▶필자 소개
흔히 자산 격차는 집값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부의 차이를 결정한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2026 근로자 가구경제보고서'는 조금 다른 결론을 제시합니다. 근로자의 자산을 가장 크게 갈라놓는 요인은 부동산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이라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 9915만 원으로, 임시·일용근로자 가구의 2억 3550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지역별 비교입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임시·일용근로자의 평균 순자산은 3억 263만 원으로, 비수도권 상용근로자의 평균 순자산(3억 6562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흔히 수도권 여부가 자산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지역의 프리미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이 같은 차이는 금융자산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상용근로자의 평균 금융자산은 1억 7447만 원으로, 임시·일용근로자의 6446만 원보다 약 2.7배 많았습니다. 거주용 부동산뿐 아니라 투자 가능한 금융자산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 수익과 복리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는 장기적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득 구조를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용근로자의 연간 경상소득은 9519만 원으로, 임시·일용근로자의 4534만 원보다 약 2.1배 많습니다. 소비지출 차이는 1.7배 수준이지만 저축 여력은 상용근로자가 3616만 원, 임시·일용근로자가 1733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벌어집니다. 결국 안정적인 고용은 단순히 월급을 많이 받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저축을 가능하게 하고, 그 저축이 금융 투자로 이어지며, 다시 자산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반대로 불안정한 고용은 저축 규모를 제한하고 장기 투자의 기회를 줄이면서 시간이 갈수록 자산 격차를 확대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부채에서도 나타납니다. 상용근로자의 평균 부채는 1억 2004만 원으로, 임시·일용근로자의 3634만 원보다 훨씬 많습니다. 얼핏 보면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를 다르게 해석합니다. 상용근로자는 주택 구입이나 투자 과정에서 신용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상환 능력과 신용 접근성의 한계 때문에 대출 자체가 제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부채 규모만으로 건전성을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근로자들의 은퇴 준비는 어떨까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근로자 가구의 희망 은퇴 연령은 평균 67.4세이며, 노후 최소 생활비는 월 250만 원, 적정 생활비는 월 348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50.8%는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아주 잘 준비되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습니다. 자산 격차는 결국 은퇴 준비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법으로 '투트랙 자산관리'를 제안합니다. 현재의 자산을 키우기 위한 '여유자산'과 노후를 위한 '노후자산'을 분리해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여유자산은 ISA를 활용해 종잣돈을 키우고 장기 투자를 이어가며, 노후자산은 IRP와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꾸준히 적립하는 전략입니다. 두 목표를 구분하면 현재의 자산 증식과 미래의 은퇴 준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자산의 크기를 좌우하는 시대처럼 보이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안정적인 소득입니다. 꾸준한 현금 흐름은 저축을 만들고, 저축은 금융자산을 만들며, 금융자산은 다시 자산 증식의 원동력이 됩니다. 노후 준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은퇴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집 한 채의 가격보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안정적인 소득과 꾸준한 자산 축적의 힘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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