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기금형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정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본격화… 수익률 높일 새로운 대안 주목 공공기관·금융기관·연합형 모델 검토… 이해관계 조정이 성공 열쇠

문유정 기자

 

▶필자 소개

퇴직연금 제도 개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러 변화 중 가장 큰 핵심은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노사정 및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형 실무 작업반을 통해 제도 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8월 초에는 그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여러 가입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한데 모아 기금으로 조성해 운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기존 퇴직연금이 법인별(확정급여형, DB형) 혹은 가입자 개인별(확정기여형 DC형, 개인형 퇴직연금 IRP형) 계좌에서 정기예금이나 ETF, 펀드 등의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해 운용하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된다면 개인 가입자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 제도에 한해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투자 비전문가인 개인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다 보니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편중되어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했다는 진단이 있었습니다. 이에 전문가에게 운용을 위탁할 수 있는 기금형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퇴직연금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기금형 퇴직연금은 이미 설립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이른바 '푸른씨앗'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푸른씨앗은 영세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에 도입되었으며, 내년부터는 가입 대상이 10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노사정 TF에서 합의한 기금형 퇴직연금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푸른씨앗과 같은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설립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그리고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일반 기업들이 연합해 설립하는 '연합형 기금'입니다. 이 세 가지 형태가 모두 시장에 안착한다면, 앞으로는 푸른씨앗 외에도 '미래에셋퇴직연금기금', '국민은행퇴직연금기금', '삼성전자퇴직연금기금'과 같이 다양하고 전문화된 퇴직연금기금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기금형 퇴직연금

그래픽 : 연금경제
그래픽 : 연금경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기금형 퇴직연금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70만 개 이상의 기금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회사가 기금을 설립한 뒤 금융회사와 협업하여 운용하는 구조로, DB형은 기금이 자산운용을 일임받아 관리하고, DC형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르되 가입자가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금융상품을 선별해 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한편 영국의 경우 기금형이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면서도 계약형과 공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금형은 DB형과 DC형 모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계약형은 DC형에서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는 1,500여 개의 기금형이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형화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전체 기금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순탄치 않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그래픽 : 연금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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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퇴직연금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 주도하에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실제로 활성화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둘러싸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정부를 비롯해 사용자와 노조 등이 기금형 퇴직연금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들이 연합해 설립하는 연합형 기금의 경우 이사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어, 퇴직연금 운용 방향을 놓고 노사가 대립각을 세울 우려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실질적으로 납입하는 기업주들은 기금형 도입을 꺼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기금형 퇴직연금이 부실화되는 등 잘못 운용되었을 때 노사 간에 갈등이 빚어진 사태가 적지 않았습니다.

중소·영세기업 가입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일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에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데에는 분명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푸른씨앗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공단까지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자칫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간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커집니다. 가령 국민연금에서 주식을 내다 팔고 퇴직연금에서 그 주식을 사들이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이해가 희생될 우려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민간 퇴직연금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민연금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 개방형의 형태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별도의 독립된 회사 형태인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이사회와 적립금운용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수적인 비용은 결국 연금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므로, 애초에 수익률을 높이려던 정책적 목적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방식과 세부 구조는 아직 논의 과정에 있는 만큼 지금 단계에서 성급히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부디 기금형 퇴직연금이 제도의 주체인 기업의 사용자와 가입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가기를 지켜볼 일입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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