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연금 69만 원 … 길어진 노후의 숨은 복병 ‘의료·돌봄비’
기대수명 83.7년 시대, 의료비·연금·장기요양 통계로 본 노후 현금흐름의 빈틈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전년보다 0.2년 늘어난 83.7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1.2년보다 2.5년 길었습니다. 은퇴자의 관점에서는 수명이 늘어난 만큼 연금과 노후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기간도 길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기대수명 83.7년은 2024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입니다. 현재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에게는 65세 이후 얼마나 더 살 것인지를 보여주는 기대여명이 더 직접적인 기준이 됩니다. 2023년 기준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입니다. 65세에 21.5년을 단순히 더하면 평균적으로 약 86.5세까지 노후가 지속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기대여명은 당시의 연령별 사망률을 바탕으로 계산한 평균치이므로 개인의 실제 수명을 뜻하지 않습니다. 평균보다 오래 사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노후자금은 은퇴 후 21.5년 넘게 현금흐름이 유지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여기에 길어진 노후가 모두 건강한 상태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생활비를 기준으로 노후자금을 계획하면 건강 상태 변화에 따른 의료·돌봄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대수명과 건강하게 사는 기간의 차이 18.2년
2024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7년이지만, 질병이나 부상으로 건강한 생활에 제약을 받은 기간을 제외한 ‘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은 65.5년입니다.
다만 두 지표의 차이를 생애 마지막 18.2년 동안 계속 아프게 산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질환의 종류, 중증 그리고 치료 기간까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후 계획에는 길어진 수명뿐만 아니라 건강 악화로 증가할 의료·돌봄비도 함께 반영해야 합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 노인은 1인당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비율은 35.9%로, 만성질환이 없는 노인의 비율인 13.9%보다 22.0%p 높았습니다.
또한 옷 입기와 음식 먹기, 외출, 금전 관리, 집안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에 제한이 있는 노인은 18.6%였습니다. 이 같은 기능 제한은 이동과 식사, 가사 등 일상생활 전반의 돌봄 수요로 이어집니다.
75세 이후 본인부담 의료비, 65~74세보다 51% 많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는 2024년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5,098.7달러였으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8.5%로 OECD 평균인 6.1%를 웃돌았습니다. 다만 이는 보건의료 서비스와 재화에 지출된 국민 전체의 경상의료비를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매년 8.5%씩 증가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인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고령자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530만6천 원, 이 가운데 환자가 직접 부담한 금액은 125만2천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23.6%였습니다.
연령대를 나눠 보면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65~74세의 연간 본인부담금은 103만7천 원이었지만, 75세 이상은 156만6천 원으로 52만9천 원, 비율로는 51.0% 높았습니다.
단, 해당 본인부담금에는 간병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비급여, 병원을 오가는 교통비, 보호자의 소득 감소 등이 포함되지 않아 가계가 부담하는 전체 건강 관련 비용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연금 수급자는 늘었지만 절반 이상은 월 50만 원 미만
감당할 수 있는 의료비와 돌봄비는 은퇴 후 매달 들어오는 연금 규모와 관련 있습니다.
2023년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기초·장애인연금과 국민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등 11종의 연금을 한 가지 이상 받은 사람은 863만6천 명이었습니다. 이는 2022년 818만2천 명보다 45만4천 명, 5.6%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들이 받은 연금의 월평균 수급금액은 69만5천 원이었습니다.
월평균 수급금액의 중위수는 46만3천 원으로, 평균보다 23만2천 원 낮았습니다. 또한 월평균 수급액이 25만 원 미만인 사람은 4.0%, 25만 원 이상 50만 원 미만인 사람은 50.9%였습니다.
두 구간을 합하면 전체 수급자의 54.9%가 월 50만 원 미만을 수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위수가 평균보다 낮고 수급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 수급액보다 낮은 구간에 분포해 있어, 월평균 69만5천원을 다수 수급자의 실제 수령액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이 통계의 수급액은 국민연금만을 뜻하지 않고, 개인이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여러 연금제도에서 받은 금액을 합산한 수치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노후 현금흐름을 계산할 때는 각 연금에서 현재 받거나 앞으로 받을 금액을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검진과 입원, 수술, 간병비는 매달 반복되는 생활비와 달리 지출 시점과 규모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연금이 기본생활비에 대부분 사용된다면 이러한 비용에 대비한 의료 예비자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80세 이상 3명 중 1명, 장기요양 인정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 병원 진료비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돕는 돌봄비도 노후 지출의 주요 항목이 됩니다. 2024년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장기요양인정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8%였습니다.
연령별 차이는 더 컸습니다. 65~69세는 1.8%, 70~79세는 6.6%였지만, 80세 이상은 31.9%였습니다. 80세 이상 고령자 약 3명 중 1명이 장기요양인정자, 이는 65~69세의 약 17.7배 수준입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복수응답)에서 신체적 기능에 제한이 있다고 응답한 노인 가운데 실제로 돌봄을 받고 있는 비율은 47.2%였습니다. 돌봄 제공자는 가족이 81.4%로 가장 많았고, 장기요양보험서비스 30.7%로 뒤를 이었습니다.
2026년 장기요양 1·2등급자의 재가급여 월 이용 한도액은 각각 251만2,900원과 233만1,200원입니다. 월 이용 한도액 방문요양·방문간호·주야간보호 등 재가서비스에 적용되는 급여비용의 상한으로, 이용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거나 실제 본인부담액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와 별개로 재가급여 이용 시에는 소득 수준 등에 따른 본인부담금이 발생합니다.
아울러 2026년 3월 27일부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의료·요양·돌봄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은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연계되는 서비스는 신청인의 돌봄 필요도와 지역에서 제공 가능한 서비스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신청 과정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이제는 노후자금 계획의 기준을 ‘몇 살까지 살 것인가’에서 ‘의료·돌봄비가 늘어나는 시기에도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가’로 바꿔야 합니다.
먼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에서 받을 월 수령액을 확인한 뒤 기본생활비를 충당하고도 의료·돌봄비에 대비할 여력이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노후자금은 매달 반복되는 생활비, 병원 진료와 약제비를 위한 의료 예비자금, 간병과 장기요양에 대비한 돌봄자금으로 구분해 관리해야 합니다. 의료 예비자금은 일상적인 진료비와 갑작스러운 입원·수술비로 나눠 산정하고, 돌봄자금은 장기요양보험 이용 시 발생하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 가족이 돌보지 못하는 기간의 간병비까지 반영해야 합니다.
공적 제도도 건강이 악화되기 전에 신청 창구와 이용 절차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요양보험과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신청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후 준비는 필요한 자금 규모를 정하는 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 상태에 따라 어떤 자금과 공적 제도를 활용할지까지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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