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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경제] ISA 정책 흔들...노후자금 관리는 그대로

일반 ISA 혜택 축소안 철회 수순, 정책 변화보다 먼저 봐야 할 ‘내 돈의 시간표’

홍태준 기자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혜택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여 만에 방향을 다시 틀었습니다. 일반 ISA의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의 이월을 없애려던 방안에서 물러나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것입니다. 정부는 8월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반발이 컸던 배경에는 절세 혜택 축소 이상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ISA를 활용해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 등에 장기간 투자하며 목돈을 만들던 가입자에게는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까지 줄어드는 변화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정책의 번복 그 자체만은 아닙니다. 정책의 방향은 투자자가 정할 수 없지만, 내 돈을 언제까지 굴리고 언제 꺼내 쓸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ISA를 노후자금 관리에 활용할 때도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이 ‘돈의 시간표’입니다.

 

한도 이월이 지켜주는 것은 ‘투자할 기회’다

현행 일반 ISA는 연간 납입한도 2,000만 원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다음 해 이후로 넘길 수 있습니다. 정부는 당초 이월을 폐지하고 계약기간도 최대 5년으로 제한하려 했습니다.

납입 여력이 매년 일정한 사람과 뒤늦게 커지는 사람을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매년 2,000만 원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5년간 1억 원을 납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첫 3년간 납입할 여력이 없었다가 4년 차부터 충분한 목돈을 납입할 수 있게 된 사람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행처럼 미사용 한도가 이월된다면 앞서 3년간 사용하지 않은 한도까지 누적되어 5년간 최대 1억 원의 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당초 정부안처럼 이월이 사라진다면 4~5년 차에 활용할 수 있는 한도는 총 4,000만 원에 그칩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한도 차이는 무려 6,000만 원에 달합니다.

한도 이월 유무에 따른 5년간 ISA 활용 가능 한도 비교 | 예시자료 | 연금경제 계산 및 재구성
한도 이월 유무에 따른 5년간 ISA 활용 가능 한도 비교 | 예시자료 | 연금경제 계산 및 재구성

물론 6,000만 원만큼 세금을 아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절세효과는 투자상품과 투자수익에 따라 달라집니다. 핵심은 당장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나중에 세제우대 계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도 이월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과 실제로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시점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ISA 만기자금, 연금으로 옮기면 얼마가 달라질까

ISA 만기 후 60일 이내에는 만기일 기준 잔액의 범위에서 전부 또는 일부를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전하면 이전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ISA 만기자금 가운데 3,000만 원을 연금계좌로 옮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3,000만 원의 10%는 300만 원이므로 최대 한도인 300만 원이 추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300만 원을 세금에서 그대로 빼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금액이 300만 원 더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세금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기존 연금계좌의 세액공제 한도를 이미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총급여 5,500만 원 이하인 경우 소득세 기준 45만 원, 이를 초과하는 경우 36만 원의 세액공제 효과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지방소득세 감소분까지 고려하면 전체 세 부담 감소 효과는 각각 49만5,000원과 39만6,000원 수준입니다. 다만 이 금액을 무조건 그대로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세액공제 효과는 개인의 결정세액과 다른 공제 내역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몇십만 원의 절세효과만이 아닙니다. ISA에서 목돈을 만든 뒤 만기가 됐을 때 당장 사용할 필요가 없는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겨 노후자금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ISA에서 자산을 형성하고 그중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자금을 노후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두 계좌를 연결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새 ISA보다 먼저 볼 것은 지금 가진 계좌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국내 투자에 초점을 맞춘 ‘생산적 금융 ISA’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ISA의 개편 방향이 다시 바뀌면서 생산적 금융 ISA의 계약기간과 한도 이월 등 세부 내용도 역시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새 계좌의 혜택을 전제로 현재의 자금계획을 서둘러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먼저 살펴보고, 새로운 제도는 세부 조건이 확정된 뒤 비교해도 늦지 않습니다.

 

절세 혜택이 커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ISA 한도를 무리해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만기가 됐다고 모든 자금을 연금계좌에 옮겨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까운 시기에 사용해야 할 돈까지 장기간 묶어버린다면 세금은 아끼더라도 자금 유연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좌를 선택하기에 앞서 돈을 언제,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부터 구분해보시기 바랍니다. 주택 구입이나 교육비처럼 사용 시점이 비교적 분명한 돈은 따로 두고, 노후까지 가져가도 되는 돈이 얼마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다음 ISA의 남은 납입 여력을 확인하고, 만기가 왔을 때에도 당장 사용할 필요가 없는 자금만 연금계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절세는 자금의 용도와 사용 시점을 정한 뒤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어떤 계좌를 선택할지보다 내 돈을 언제 사용할지 먼저 정해두는 것. 정책이 바뀌더라도 이러한 기준이 있다면 자신의 자금계획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홍태준 기자askhongp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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