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0% 소득빈곤…자산까지 보면 달라지는 빈곤의 실태
노인가구의 소득·자산 빈곤 비교, 주택연금 반영 시 빈곤율 시산 38.2%→29.2%
한국의 노인 10명 중 4명이 소득빈곤층이라는 통계, 과연 이 수치만으로 노년층의 경제적 실태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OECD의 「Pensions at a Glance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소득빈곤율은 4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2011년 48%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하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노인의 경제력을 소득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바라보면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은퇴 이후 소득은 적더라도 금융자산이나 주택 등 보유 자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가통계연구원 역시 현세대 노인의 경제생활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소득과 자산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소득이 부족한 노인은 자산도 부족할까요? 소득빈곤과 자산빈곤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때, 통계 뒤에 숨겨진 노년층의 진짜 경제적 현실이 드러납니다.
노인빈곤율 OECD 최고, 75세 이상 가구주 가구는 절반 넘게 소득빈곤
한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소득빈곤율은 OECD 평균인 15%보다 약 25%p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국가통계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2023년 소득 기준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은 36.1%였습니다. 가구주 연령이 65~74세인 가구는 22.7%였지만, 75세 이상인 가구에서는 57.3%까지 높아져 가구주 연령에 따른 격차가 34.6%p에 달했습니다. 이 분석에서 소득빈곤은 가구원 수를 고려해 균등화한 가구 처분가능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경우를 의미합니다.
다만 OECD 국제비교는 66세 이상, 국내 분석은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가구원을 기준으로 하므로 두 수치를 동일선상에서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소득만 빈곤 22.7%, 75세 이상 가구주 가구는 35.9%에 달해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서는 가구원 수를 고려해 균등화한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이 소득빈곤선 3개월분 이하인 경우를 자산빈곤으로 구분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른 2024년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자산빈곤율은 20.3%였습니다.
소득과 자산을 함께 보면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 가운데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하지 않은(비빈곤) 집단은 57.0%였습니다. 반면 소득만 빈곤한 집단은 22.7%, 자산만 빈곤한 집단은 6.9%,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한 집단은 13.4%였습니다.
가구주 연령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65~74세 가구주 가구에서는 소득만 빈곤한 비율이 14.3%,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한 비율이 8.4%였지만, 75세 이상 가구주 가구에서는 각각 35.9%와 21.3%로 두 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소득만 빈곤한 가구와 소득·자산이 모두 빈곤한 가구는 같은 소득빈곤 상태에 있더라도 실제 경제적 여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75세 이상 가구주 가구에서는 소득은 빈곤선 이하이지만 자산빈곤에는 해당하지 않는 집단이 35.9%에 달해, 보유한 자산을 현금흐름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현금성 생활비가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이 83.1%로 금융자산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국가통계연구원 역시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한 집단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고려하는 한편, 소득만 빈곤한 집단에 대해서는 자산을 노후소득으로 유동화하는 방안이 유의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주택연금 반영 시산, 노인빈곤율 9.0%p 낮아져
그렇다면 보유 자산을 실제 현금성 소득으로 전환할 경우 노인빈곤율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국가데이터처의 「자산의 소득화를 반영한 노인빈곤율 산정 검토」에서는 자산별 소득환산과 연금화, 주택연금, 의제주거소득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했습니다. 각 방식으로 보유 자산을 소득화한 뒤 기존 소득에 합산해 노인빈곤율을 다시 추정했습니다.
다만 이 시산의 기준이 되는 38.2%는 앞서 살펴본 36.1%와 조사 대상에 차이가 있습니다. 앞선 통계가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가구원’을 분석한 반면, 이번 시산은 ‘65세 이상 노인 개인’ 전체를 대상으로 집계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2023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38.2%였습니다. 하지만 보유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지급액을 소득에 더한다고 가정하면, 빈곤율은 29.2%로 9.0%p 떨어졌습니다.
이어 보유한 전체 순자산을 남은 기대여명 동안 모두 소진한다고 보즌 ‘기대여명 연금화’ 방식을 적용하자 빈곤율은 22.6%로 15.6%p 감소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은 남은 생애 동안 자산을 모두 소진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고령일수록 동일 자산 대비 산출 소득이 과대평가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새로운 공식 노인빈곤율이라기보다, 소득만으로 경제력을 판단할 때와 보유 자산의 활용성까지 고려할 때의 차이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로 해석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또한 주택연금 방식 역시 보유 자산 중 주택에만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소득화 방식마다 각기 장단점이 존재하며, 아직 국내외적으로 통일된 표준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통계는 노후자산을 평가할 때 단순한 자산 규모뿐 아니라, 실제 현금흐름(생활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함을 시사합니다. 은퇴 전의 핵심이 ‘자산의 축적’이었다면, 은퇴 후의 핵심은 ‘자산의 역할 분담’입니다. 매달 사용할 생활비와 예상하지 못한 의료·돌봄비에 대비할 자금, 계속 거주할 목적의 주택 등을 명확히 구분해 각각에 맞는 활용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정기적인 노후소득이 부족하다면 주택이나 금융자산을 단순히 보유만 하고 있는 것이 최선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춰 주택연금을 활용하거나 금융자산을 단계적으로 인출하여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자산의 현금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와 의료·돌봄비, 예상 거주기간은 물론 배우자의 노후와 남겨둘 자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얼마나 모았는가'를 넘어, 보유한 자산을 언제까지 지키고 언제부터 어떻게 삶의 현금흐름으로 바꿔나갈지 스스로의 노후 자산 계획을 점검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입니다.
저작권자 © 연금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