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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하고 싶습니다" … 중장년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다음 일자리’

새로운 일자리 찾는 중장년들…현장에서 들여다본 ‘일과 노후' 서울시50플러스재단, ‘2026 서울 동부권역 중장년 채용박람회’ 열어… 기업과 중장년 구직자 연결

홍태준 기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다”

8월 26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 58세 맹 씨는 2층 채용관에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약 35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올해 6월 은퇴한 그는 신문에서 우연히 박람회 소식을 접하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제2의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고, 공직 생활과는 다른 사회생활도 경험해보고 싶어 참석했습니다.”

‘2026 서울 동부권역 중장년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구직자 | 사진·그래픽: 연금경제
‘2026 서울 동부권역 중장년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구직자 | 사진·그래픽: 연금경제

이날 열린 ‘2026 서울 동부권역 중장년 채용박람회’에는 맹 씨처럼 퇴직 이후의 일을 고민하는 중장년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권역별 중장년 채용박람회의 첫 일정으로, 구직자와 기업을 직접 연결하고 다양한 직무를 탐색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채용관에서는 기업별 현장 면접이 진행됐으며, 1대1 취업컨설팅과 채용설명회, 직무체험, AI 이력서 작성 등 구직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습니다.

이곳을 찾은 중장년들은 어떤 일을 원하고 있을까요. 다시 일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연금경제가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동부캠퍼스 전경 | 사진: 연금경제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동부캠퍼스 전경 | 사진: 연금경제

 

할 수 있는 한까지”…다시 일을 찾는 중장년들

박람회를 찾은 중장년들이 다시 일을 하려는 이유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62세 정 씨는 현재 가치동행 일자리 남부캠퍼스에서 늘봄 안전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날 박람회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바리스타·유아교육 관련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정 씨는 “자녀를 다 키우고 나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졌고, 일이 제게는 생활의 활력소처럼 느껴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56세 이 씨는 과거 건축 설계업에 종사하다 가정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면서 경력이 단절됐습니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것도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전에 하던 직종의 경력이 단절되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방문했습니다.” 자녀를 돌보느라 시간적인 제약이 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달라졌습니다.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 씨는 “할 수 있는 한까지”라고 답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일을 찾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생활비와 같은 현실적인 필요도 있었지만, 쌓아온 경험을 활용하고 싶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서, 또는 일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박람회를 찾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나이도, 걸어온 길도 달랐지만 이들이 향하는 질문은 비슷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시간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각자의 ‘다음 일’을 찾고 있었습니다.

 

중장년은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사람을 찾는데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살펴보는 동안 채용 부스에서는 기업들도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가사관리사 분야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참여한 청연(청소연구소)은 과거의 경력만큼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청연 관계자는 새로운 업무와 시스템에 적응하려는 자세와 디지털 활용 능력을 주요 요소로 꼽았습니다. 중장년이 가진 삶의 연륜과 노하우, 사회생활 경험을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살펴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연(청소연구소) 관계자 | 사진: 연금경제
청연(청소연구소) 관계자 | 사진: 연금경제

연령 자체를 채용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두지 않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참여 기업인 케어닥 관계자는 “현재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고령자가 78세입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열정만 있다면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엇갈리는 지점으로는 ‘임금 수준’을 꼽았습니다.

케어닥 관계자 | 사진: 연금경제
케어닥 관계자 | 사진: 연금경제

빠르게 달라지는 일자리 환경에 맞춰 중장년의 재취업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지영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동부캠퍼스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센터장은 AI 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재취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경력을 그대로 이어가는 방식뿐 아니라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거나 다양한 근무 형태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채용 분야도 물류·운송·돌봄·서비스에서 상담, 교육, 시설관리, HR, AI·디지털 등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들은 기존 경력뿐 아니라 기술과 직무 변화에 적응할 역량도 함께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습니다.

이지영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동부캠퍼스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센터장 | 사진: 연금경제
이지영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동부캠퍼스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센터장 | 사진: 연금경제

중장년의 재취업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직무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필요한 역량을 보완하는 준비도 중요합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올해 3월 출범한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통해 인재 등록과 상담부터 취업훈련, 기업 매칭·알선, 사후관리까지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실무형 취업훈련과 인재 매칭을 강화하고, 중장년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과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운영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일과 노후가 만나는 지점

중장년에게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취업 여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근로소득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지는 이후의 생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을 얻는 기간도 늘어나고, 모아둔 노후자산을 꺼내 쓰기 시작하는 시점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후 준비라고 하면 흔히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은퇴 이후 받을 돈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연금과 자산을 얼마나 마련할 것인지와 함께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고민은 퇴직 이후가 아니라 조금 앞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 중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원하는 일을 위해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은 없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입니다.

연금경제가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연금과 자산을 쌓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주된 일자리 이후에도 근로소득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다음 일’을 준비하는 것 역시 노후의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한 방법입니다.

 

 

홍태준 기자askhongp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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