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기초가이드] "예금만 있는 게 아니다"...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의 종류

ELB·RP·발행어음·GIC 등 다양… 상품마다 원리금 보장 방식 달라

문유정 기자

퇴직연금은 은퇴 후 생활비로 사용할 중요한 자산인 만큼 수익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펀드나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고 있지만, 원리금보장상품 역시 퇴직연금의 주요 운용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원리금보장상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은행의 정기예금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원리금보장상품이 예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은행·저축은행의 정기예금부터 증권사가 제공하는 ELB·DLB, RP, 발행어음, 보험사의 GIC와 금리연동형 상품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실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은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이라도 원리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모두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예금자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ELB나 발행어음처럼 발행 금융회사가 약정된 원리금의 지급을 책임지는 상품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금리만 비교하기보다 어떤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인지, 원리금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는지, 예금자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회사별로 어떤 원리금보장상품을 활용할 수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증권사 원리금보장상품

1) ELB·DLB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원리금보장상품 가운데 하나가 ELB입니다. ELB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quity-Linked Bond)’의 약자로, 쉽게 말해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의 한 종류입니다.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가입할 수 있는 ELB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품으로, 만기까지 보유하고 발행사가 정상적으로 상환하는 경우 약정된 조건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지급받는 구조입니다.

2026년 9월 기준 퇴직연금사업자의 원리금보장상품 공시를 보면 현대차증권의 원리금보장 ELB 금리는 1년 만기 연 4.02%, 18개월 연 4.15%, 2년 연 4.07%, 3년 연 4.10% 등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가령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해 만기까지 보유하고 발행사가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약정된 조건에 따라 연 4.02%의 금리를 적용받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같은 증권사가 발행한 상품이라도 만기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다는 점만 보면 은행 정기예금과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리금을 보호하는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은행 예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에 해당하면 법에서 정한 한도까지 예금자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ELB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책임은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에 있습니다. 따라서 발행사가 부도나 파산 등으로 상환 능력을 잃는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용 ELB를 선택할 때는 금리뿐 아니라 발행사가 어디인지, 신용도는 어떤지, 만기는 언제인지, 중도해지할 경우 어떤 조건이 적용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퇴직연금 ELB와 은행 정기예금의 원리금 지급 구조 차이ㅣ그래픽: 연금경제
퇴직연금 ELB와 은행 정기예금의 원리금 지급 구조 차이ㅣ그래픽: 연금경제

DLB는 ‘파생결합사채(Derivative-Linked Bond)’를 뜻합니다. 기본적인 성격은 앞서 살펴본 ELB와 비슷하지만 연계되는 대상에 차이가 있습니다. ELB가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과 연계되는 상품이라면 DLB는 금리, 환율, 원자재 등 다양한 기초자산이나 지표와 연계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ELB와 DLB가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활용되는 ELB와 DLB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은행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발행 증권사가 약정된 원리금의 지급을 책임진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2) RP, 환매조건부매수

증권사에서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원리금보장상품으로 RP가 있습니다. 퇴직연금 가입자 입장에서 RP는 ‘환매조건부매수’로,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매도하는 조건으로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매수하는 거래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채권을 매매한 뒤 약정한 시점에 반대 방향으로 거래하는 RP의 기본 구조ㅣ그래픽: 연금경제
채권을 매매한 뒤 약정한 시점에 반대 방향으로 거래하는 RP의 기본 구조ㅣ그래픽: 연금경제

조금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RP 거래에서는 금융회사가 국채나 우량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매도합니다. 투자자는 해당 유가증권을 매수했다가 약정한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에 다시 매도합니다. 법적인 형태는 유가증권 매매이지만 경제적인 실질은 유가증권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와 유사합니다.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제공되는 RP는 금융투자업자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환매조건부매수 계약으로,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은행 정기예금과는 구조가 다른 만큼 가입하기 전 적용금리와 만기, 중도해지 조건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발행어음

발행어음도 퇴직연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원리금보장 운용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투자업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고, 약정한 기간이 지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일정 기간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은행 예금과 비슷해 보이지만 원리금을 지급하는 구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금자보호제도의 적용을 받는 예금과 달리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발행 금융회사가 약정된 원리금의 지급을 책임집니다. 따라서 가입할 때는 제시되는 금리와 만기뿐 아니라 발행 금융회사의 신용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저축은행

퇴직연금에서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사업자를 통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 자체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니지만,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예금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가입자는 자신이 이용하는 증권사나 은행의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도 여러 다른 금융회사의 예금 상품을 편리하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금이 앞서 살펴본 증권사의 ELB나 발행어음 등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예금자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보호한도는 기존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이에 따라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적립금 가운데 정기예금 등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으로 운용되는 금액은 금융회사별로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최대 1억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에 적용되는 예금자보호 구조ㅣ그래픽: 연금경제
퇴직연금 적립금 중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에 적용되는 예금자보호 구조ㅣ그래픽: 연금경제

여기서 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의 예금자보호 한도가 일반 예금 한도와는 별개로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에 일반 예금과 DC형·IRP의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면 일반 예금은 최대 1억원, DC형·IRP 적립금 가운데 보호대상 상품으로 운용되는 금액은 별도로 최대 1억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 있다고 해서 모든 상품이 예금자보호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ELB나 발행어음처럼 발행 금융회사가 원리금 지급을 책임지는 상품도 있고, 펀드나 ETF처럼 투자 결과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품을 선택할 때는 해당 상품이 예금자보호 대상인지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험사 원리금보장상품

1) 이율보증형(GIC)

보험사의 대표적인 원리금보장상품으로 GIC가 있습니다. GIC는 일정 기간 동안 약정된 이율을 적용하는 보험상품입니다. 가입 시점에 일정 기간 적용할 이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는 시장금리가 변하더라도 약정된 이율이 적용됩니다. 상품마다 이율보증기간과 중도해지 조건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입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금리연동형

금리연동형(ISP형)은 GIC와 달리 공시이율 등에 따라 적용금리가 달라질 수 있는 보험상품입니다. 가입 이후 공시이율이 변경되면 적용되는 금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금리가 움직인다고 해서 적용금리가 같은 폭으로 즉시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현재 공시이율과 공시이율의 변경 방식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이라도 무엇이 다른가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은 약정된 조건에 따라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지만, 상품마다 그 방식과 구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내 원금과 이자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에 해당하면 법에서 정한 한도까지 예금자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ELB나 발행어음 등은 상품을 발행한 금융회사가 약정된 원리금의 지급을 책임지기 때문에 발행사의 신용도가 중요합니다. 보험사의 원리금보장상품은 보험계약의 구조와 적용이율, 보증기간 등이 상품마다 다를 수 있으며, 예금자보호 대상에 해당하는 상품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원리금보장상품’이라는 이름만 보고 모두 같은 상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누가 원리금 지급을 책임지는지 

✓ 예금자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 금리는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 만기는 내 자금 계획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중도해지할 경우 어떤 조건이 적용되는지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하는 자산입니다. 제시된 금리만 비교하기보다 그 금리가 어떤 조건에서 적용되는지, 원리금은 어떤 구조로 지급되는지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유정 기자kidcol0302@gmail.com

저작권자 © 연금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