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경제] 주식 20% 빠져도 괜찮다? 은퇴 후 ‘위험 감수’는 생활비가 결정한다
같은 자산·투자성향이어도 연금소득과 필수지출에 따라 달라져… 은퇴 전 다시 따져봐야 할 손실 감당 능력
일반적으로 투자를 시작할 때 본인의 투자성향부터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하락해도 견딜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손실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나는 손실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 사람인가’만으로 투자위험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월급이 사라지고 생활비의 일부를 보유자산에서 마련해야 한다면 손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과 실제로 손실을 버틸 수 있는 여건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투자성향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비와 정기소득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같은 투자성향이어도 상황은 다르다
예를 들어 A씨와 B씨가 각각 2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고, 두 사람 모두 주가가 20% 정도 하락해도 장기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의 투자성향과 자산 규모는 같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매달 들어오는 소득에 차이가 있다면 같은 하락장을 겪더라도 처하는 상황은 달라집니다.
A씨의 필수생활비는 월 280만 원이고 국민연금 등 정기소득이 월 250만 원입니다. 보유자산에서 마련해야 하는 돈은 월 30만 원, 연간 360만 원입니다. 반면 B씨는 필수생활비가 같은 월 280만 원이더라도 정기소득이 월 150만 원이라면 매달 130만 원, 연간 1,560만 원을 보유자산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같은 2억 원을 가지고 있어도 B씨가 투자자산에 의존하는 정도가 훨씬 큽니다. 시장이 20% 하락해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같을지 몰라도, 실제로 손실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력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떨어져도 괜찮나’보다 먼저 계산할 것
따라서 은퇴 후 어느 정도의 투자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매달 생활비가 얼마나 부족한지 계산해야 합니다. 방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선 주거비와 식비, 공과금처럼 줄이기 어려운 생활비를 계산합니다. 여기에서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처럼 매달 들어오는 정기소득을 빼면 매달 보유자산에서 충당해야 하는 금액이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보유자산이 얼마인지뿐만 아니라 그 자산에서 매달 사용하는 생활비의 비중입니다. 생활비 대부분을 연금으로 충당하는 사람과 매달 상당한 금액을 보유자산에서 마련해야 하는 사람에게 같은 주식 비중과 손실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은퇴 후에는 ‘나는 공격적인 투자자인가, 안정적인 투자자인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는 이 투자자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은퇴 전에는 손실을 버틸 여력도 다시 봐야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 받은 투자성향 진단 결과를 은퇴 후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은퇴 후에는 고정소득이 사라지고 연금소득이 시작되며, 생활비를 자산에서 인출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투자할 수 있는 기간과 필요한 현금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과거에 받았던 ‘적극투자형’, ‘균형투자형’ 같은 결과만 보고 포트폴리오를 결정하기보다 현재 소득과 지출, 가까운 시기에 필요한 자금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투자위험은 개인의 대담함으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당장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팔지 않고 시장의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자신의 계좌가 10%, 20% 떨어졌을 때 마음이 얼마나 불편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매달 얼마의 생활비가 부족한지부터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1년간의 지출을 바탕으로 줄이기 어려운 생활비를 확인하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정기소득을 빼보시기 바랍니다. 그 차액이 은퇴 후 보유자산에서 충당해야 할 생활비 규모입니다. 만약 액수가 크다면 시장 하락을 견딜 자신이 있다고 해도 회복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산을 팔아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은퇴 후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보다 시장이 요동쳐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투자할 돈과 당장 지출해야 할 돈을 구분하고, 생활비 때문에 투자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만든 뒤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자산배분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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